운암강 3부 밀가루 방천 1 잿말 사람들이 밤에 짐을 옮기고 나 앉은 뒤 진필과 같이 자연 이주를 한 사람은 몇 되지 아니하였다. 진필도 사실은 농사짓고 해마다 쌀계 넣었다가 모닥 그려 둔 돈을 큰 사위가 빌려갔다가 갚으니 기수가 하숙을 했던 노송동 철길옆 그 집을 처음에는 하숙을 시키다가 전세로 전세로 했던 것을 사게 되었지 그에게 물돈 조금씩 나오는 것은 푼돈밖에 되지 아니하였다. 남들 보고는 물 돈 쓰지 말라고 말을 했지만 그네는 사실 집 옮겨지을 때에 보태쓰는 용돈에 불과 했다. 집을 짓는 것도 대목장이와 일하는 사람들 품삯으로 나가고 일꾼 밥 해 주자니 가용돈으로 다 써버린 것이라. 많은 사람들이 여름이 되어도 움막조차 짓기도 사실은 버거웠다. 지난 가을에 들여놓은 양식이라야 빤 한 것이고 물속에서 건져다 놓은 보리는 여러번 말리기는 했지만 방아를 찧었어도 보리쌀이 뜬 것 같이 생기고 그 정황에 물 닿지 아니한 밭에 감자 같은 것을 심기는 했다해도 그 양이 적으니 그들이 살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었다. 씨앗 망태기까지 비워 먹는 집들이 생기고 물 피해 일찌감치 나갔던 사람들의 소식은 잘되었다는 것 보다는 겨우 몇 달만에 거지가 되었다는 우울한 기별이 오고 갔다. 면사무소가 급히 옮겨지고 학교도 서둘러 옮겼지만 어수선한 것은 마찬가지다. 관공서나 주민들이나 앞날에 대한 불안은 가실 수가 없고 여전히 물돈 문제로 시끄러울 수 밖에 없다. 이때에 제일 눈코뜰새 없이 호황을 누린곳이 있으니 그곳은 술집이라. 관공서가 들어서자 거기에 대비한 술집들이 이후 비온뒤에 대밭 마냥 성글게 생겨나고 사실 전주시내에 술집 못지 않는 요정에 버금가는 술집들이 여럿 생기었다. 전주집 운암옥 임실관 저마다 도시에서 들어온 색시가 있어 잿말에서 보다 더한 홍등가를 만들었으니 밀가루 방천 막는 사업과 함께 막걸리집은 물론 주린 사람들의 등치고 거기 그 흰 웃음에 팔린 사람들이 이곳에 터 잡은 아낙들의 마음까지 하루도 편할 날이 없게 만들고 있었다. 상운암 량발이 앞 웃새터 아랫새터 새로이 형성된 소재지를 강물로 부터 막기위하여 둑을 둘러쌓는 밀가루 사업이 진행 되었다. 밀가루 사업이 무엇인가? 이는 미국 잉여 농산물법 480조 2를 간단하게 부르는 것으로 한때 밀가루 사업이 바로 그것이라. 잿말사람들의 입은 물론 임실 아니 전국 어디를 가나 밀가루 방천이라는 말이 흔하게 쓰였는데 전쟁으로 인한 우리의 산업시설은 말할 수 없이 파괴되고 인명피해와 재산손실은 말하여 무엇하랴. 정전협정이 체결된 후 정부는 파괴된 산업시설을 어떻게 복구하여 국민이 안정된 생활를 되찾을 것인가 하는 것이 급하였다. 하여 정부는 미국의 원조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었는데 1955년부터 1960년 까지 미국에서 도입된 원조 양곡은 315만톤이 넘는 엄청난 양이었다. 미국의 잉여 농산물 도입은 우리 농민들의 농사 의욕을 비참하게 만들었는데 전쟁으로 인한 춘궁기 보릿고개를 감당할 수 없어 이들의 원조를 받지 않으면 안되었으니 이때에 들여온 것이 크게는 밀가루라. 옥수수가루는 보통은 학교에서 아이들의 급식으로 또는 빵으로 만들어 주었지만 남아도는 밀가루의 처분은 취로 사업의 품삯으로 지급되는 것이다. 밀가루 방천2 혁명정부가 들어서기 전까지의 이 미국 잉여 농산물이라는 밀가루 옥수수는 우 리나라 멀리 갈 것 없이 이웃 남원만 가더라도 사방공사 계단식 논밭의 둑쌓기에 품삯으로 지급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배급을 주어 주린 배를 채우는데 기여를 하였지만 점차적으로 사람들의 생활 양상이 호전되면서 나중에는 부정의 온상을 만드는 결과로 치달았는데 실예로 어떤 산 하나 사방사업을 하고 나면 거기에 쏟아부은 밀가루는 밀가루 그 자체만으로 차곡차곡 쟁여놓아도 그 산만 하리라는 우스개 소리가 있었지마는 모든 사람이 다 그러려니 민초들은 한 번도 거기에 이의를 달 수 없는 부정부패의 표본이 이것이라. 하나 잿말 상운리의 480사업을 할 적에는 그래도 체계를 잡았다 말 할 수 있었으나 이 또한 모든 사업들이 전쟁후 대단위 사방사업이나 또는 제방과 둑 쌓는일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하는 사업에는 모두 이 480 사업을 투입시켰으니 상운리 마을앞 제방도 그중의 한 건이라. 이때에 밀가루 한푸대를 업자들이 팔아넘길 때 200원 정도로 더러 사업 맡은자가 이쁘게 굴며는 수송허는 단계에서 아예 주조장이나 빵공장 국수공장으로 실어다주고 돈으로 업자에게 건네주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흔하여 온종일 일해야 180원 정도의 품삯으로 밀가루로 줄 것 같으면 하루 일해야 3,6키로를 받게 되는데 닷새를 일해야 20키로 짜리 한푸대를 주니 사실 말이지 집에서 어칠비칠 놀아도 일을 가기 싫어하니 해당되는 면서기들은 죽을 지경이라. 그러하니 온 동네사람들 이름으로 도장을 전부 만들어 가지고 있으면서 이날 저날 돌아가며 도장을 찍는데 이 또한 우스운 것이 사실 도장의 임자는 둑쌓는 근처에 가지 않고 일을 한 것처럼 꾸미는 것이니 서로가 속이느라 고생이라. 훗날에 이일로 하여 말썽이나고 시끄러운 일까지 벌어지는거라. 이미 도로가 물속에 잠기고 그저 산기슭에 올라앉은 사람들이 다닐 고샅조차 닦여지지 않은때 였으니 사람들은 연일 부역을 나와 갈을 만드는 방법밖엔 없었다. 그들이 집을 지은 땅은 댐 유휴지 국유지라 불리워지고 비록 국유지라 했지만 면에서는 산전 개간 하는 것을 적극 권장하기 까지 한다. 더러 유휴지를 개간하여 주민들에게 분배하기도 하였으니 바로 480둑이 만들어지는 상운암 소재지가 들어선 근처의 둑 안이라. 상운리 480사업은 밀가루를 전주까지 실고 나가 팔아서 그 돈을 가져다 품삯으로 주었던 것이라. 이 또한 밀가루를 실어 내가는 것은 불법이니 지서에서는 실어내가지 못하게 막고, 그러하니 눈속임으로 업자나 관게자들은 지서 사람들 손에 쥐어 주어야하는 끈끈하고 튼튼한 사슬이 생기게 되는거라. 물론 상운리만 그러한 것은 아니다. 버는 사람 수고롭지 않고도 벌고 천막에서 쉽게 집을 지어 나가지 못하는 사람들은 의지가지 사는 것이 말이 아니니 밀가루 배급도 수월히 타먹지 못하였다. 새로 형성되는 새터 근방 들 건너 량발이 앞 동네 외량 쪽으로 두언터 쪽으로 큰 내가 있어 만일에 물이 차면 그 역류로 하여 외량리 앞 들은 물론 신덕의 노적봉 사상암 아래까지 물이 들게 생겼으니 우선은 새터를 물에서 보호하는 둑이 있어야 한다는 소문이 큰 문제거리로 돌았다. 허나 천막에서 생활을 하면서 화전 조금씩 일구고 밭이라도 지어먹겠다는 사람들에게는 닷새 일하여 밀가루 한포 받는 해종일 방천 쌓는 일을 하기는 싫었다. 차라리 그 시간에 어디 산 깔크막이라도 쳐눕혀 괭이로 꼭꼭 파서 씨알이라도 심는편이 그들에게는 더 절실 하였다. 그러니 둑을 막는 일에 나가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고 자연 인부가 없으니 이 둑 쌓는일 어려운 일이 되어가고 이 밀가루를 품삯으로 아직은 물이 차지 않은 땅을 개간하여 이들에게 분배하기에 이른다. 밀가루 방천3 본시 이 밀가루는 미국산이 많았지만 훗날에는 호주산으로 그 나라에서는 소에게나 먹이는 것을 우리는 그도 못 얻어먹을 정도로 비참했던거라. "아지매 기셔라우?" "어서와 어쩐일디야? 일 안 나갔능가?" "예에에 같다 왔고만요." "머시냐 밭 판디다 지거리 갈었담서 이?" "배추가 아조 갠찮히요. 인자 숫구락 만 허게 생기갖고라우" "그려 맹자아부지가 그러드만 그럴종 알었으먼 조께 더 갈을 걸 그맀다고 허더 만 이?" "긍게요. 아, 내가 자꼬 걱정되야서 참깨 심자고 힜더니 인자 잘됭게 구시렁 거 맀싸요. 밭을 조께 더 팠으먼 좋았을턴디" "참깨도 잘되먼 좋지 안그려?" "아지매네 꼬추는 좋더만요? 지가 옴서나 둘러 봤어요." "그 먼디까지 갔어? 박서방네는 염재쪽으로 돌아가는 길목에 집을 지어서 나와 있었고 밤재 넘어가는 길목에 화전을 일구어 엇가리 배추를 심었다 하였다. 가끔씩 거둔댁에게 놀러도 오고 그네는 와서 큰 일은 거들어주기도 하는 거둔댁이 아무리 말려도 박서방네는 그네에게만은 예대로 행하였다. 거둔댁네는 두언터 쪽에 있는 밭 뿐으로 그다지 센일을 하지 않아도 되었지만 이제는 논이 없으니 앞으로 양식을 팔아먹기는 다른 사람과 같을 수밖에 없다. 그네는 거뜸이 쪽의 물돈이 나오면 방천 쌓은 그 앞으로 논을 사자고 하고 있지만 돈이 있대서 쉽게 논을 살 수도 없는 옆집도 모르게 거래가 끝나버리는 경우도 있으니 그나마 진필로 보면 새터는 일단은 타관이나 마찬가지라. 거둔댁네 집 울안에는 잿말에서 부터 캐온 앵두나무 대추나무가 무성하게 잎을 피우고 있고 봉선화등 다른 꽃들도 함께 이사와 살고 있었다. "아지매 맹자 아버지땜시 죽겄어라우" "왜? 에" "아 요새 여그는 맨 술집이잖이요." "으흐 술집 댕긴단 말여? 저런 큰 변났네 어쩌까이" "엊그저끄는 어르신이랑 운암옥에 갔었다덩만요?" "엊그저끄? 아니 기수헌티 가싰다가 이틀이나 자고 엊저녁으 열두시나 되야서 오싰는디이? 거 웃샛터 누구랑 작은 불재로 걸어왔다고 허시덩만" "예? 오매 글먼 위인이 인자 거짓말 까지 헝고만요?" "아니 박서방도 거짓말헌디야? 흐흣 고년덜이 여우는 여우고만 이?" "예, 여우는 여우다니요?" "아, 요새 새로 생긴 술집덜 말여 거그는 여시덜이 산다고 안 허등가 사내만 홀리는 것은 말 헐 것도 없고 물 돈 찾은 사람은 귀신같이 골라서 홀리고 머 알먼 당장에 홀겨버린디야" 여기까지 밀가루방천4 "아이고 아지매 그렁개비요. 거짓말까지 험서나 어찌까라우? 이일을 어쩌?" "멋을 어쩌 잘 알어보고 대책을 세우야지" "아이고 어쩐다요? 어르신헌티 일러갖고 혼좀 내 주시라고 허셔 주서요." "참 자네도 남정네덜은 똑같여 이 사람아. 거그서 거그여 조께 반반헌 지집덜 보먼 말 걸고 잡고 말걸먼 품어보고 잡다고 안 허등가" "긍게 고놈의 밀가루 방천이 문제당게요? 거그 일 나간다고 험서나 가서는 지 우 밀가루 한푸대 받을라고 매칠 일허고 술은 품삯보다 더 많이 마실 것 아녀 요?" "자네가 봤간이? 술 더 마시는거? 안적 몰릉게 자세허게 물어보고 말 히야지 되잽힌다 이? 엘라 덤테기 만낭게 조심혀. 수 틀리먼 오기 부린다고 이쁜 불여시덜 헌티 자꾸 가먼 어쩔랑가" 새로이 면 소재지가 되어버린 웃새터 아랫새터는 관공서가 들어고 사람들이 집을 옮기면서 날마다 술집이 하나씩 늘어나는데 그것도 전주에서 색시들까지 들 어와 술집에는 더러는 서 넛까지 고용을 하였는데 이들은 곱게 화장을 하고 도시에서 굴렀으니 잿말 순진한 사람들 물돈 몇푼 받은 사람들은 한 번쯤 운암옥을 전주집을 임실관을 안 가고는 배겨 날 수가 없으니 "글먼 어뜨케 히야 허까요? 맨날 따러 댕길 수도 없고라우" "긍게 어쩌까이 맹자 핵교 갔다 집이 감서나 여그서 놀다 일 끝나먼 같이 따러 가라고 허먼 어쩔꼬?" "예에 그거 좋겄네요. 역시 아지매는 질이라우 아이고 글먼 될 것 같고" "긍게 멍청헌 놈 둘이 영리헌 한 사람보다 낫다고 안 혀" "아지매가 멍청허시간디요 참내" "두 사람이 뫼먼 그만끔 심이 난다는 거 아녀" "아지매 480사업이라는 거이 멋허능거대요. 맨날 말 끝마다 480사업이라고 히 쌌더만요. 그걸로다 우리동네 저그 웃 골짝으다 저수지도 막는다고 허더만요? 먼 기계다요?" 거둔댁은 빙그레 웃으면서 "내가 멀 알간이 나도 한 번 그냥반헌티 그렇게 물어봤을거 아닝가? 그맀더니 머라고 허신종 알어? 기냥 그렁갑다 허지 여자덜이 다 알라고 허냐고 그거 뜻 알어서 멋 헐라냐고 허시대?" "그리서 암말씸도 안 허싰어요?" "왜에 멋이던지 확실히 알먼 그말을 함부로 안 쓸 것 아니냐고 멋도 몰르고 아 무 짬생이도 몰르고 쓰는 것 보담은 차라리 알고 안 쓰능게 아니냐고 힜더니" 박서방네는 손벽을 짝 소리가 나게 치면서 "그리요 맞어요. 몰릉게 더 자꼬만 궁금증이 더 나요. 아 긍게 그놈에 480이 머 먼 술집이 갈 때 끌고 가는 기곈종 알었당게요? 자게가 무신 전사다냐 머시다냐" "전사? 아이고 참내 지우 밀가루 한 푸대 받을라고 그 고상 다 험서나" "고상은 요 지집덜 옆으가서 분내 맡응게 좋아서 그러겄지라우" "가만봉게 거그 일 히갔고는 운암옥이랑 그런디 못가게 생깄더만 거그는 돈 많 은 사람덜이 가는디 디야. 술값도 비이싸고" 밀가루 방천5 거둔댁은 비싸다는 표현을 할 때 고개를 쳐든다. "거뜸이 어르신은 자조 가신다고 힜쌌더만요. 맨날 어르신 따러서 같지 우리같 은거이 어뜨케 가냐고 근디요?" "그려어 내 맹자 아버지는 못댇고 가게 히야겄네 이" "그리 주시오. 이? 당초 거짓말 같이서 지가 왔잖애요 아, 거뜸이 어른이 자조 가시고 또 손님덜허고 같이 가시먼 멀라고 자게를 댇고 가 겄어요? 말도 아니 지" "그려 그건 자네 말이 맞어 잘봤어" "아이구 내 발목만 잽히바라 가만둥가" "그때는 늦응겨 미리 막어야지" "긍게 지가 애터져서 아지매 헌티 왔잖애요." "머 먼 일이야 있겄능가만 자네 말마따나 480사업이 끝나먼 안 가겄지맹" "아이고 고놈에 480인지 머인지가 왠수구만요." "그것이 없는사람 멕이 살리는 밀가루 방천 사업인디 왠수다니 누가 들으먼 자 네보고 욕허겄다." 박서방네는 휘둥그레진 눈으로 거둔댁을 바라본다. 그가 다음 말을 재촉하는 뜻임을 거둔댁이 모를리 없으니 그네는 빙글빙글 속웃음을 머금고 뜸을 들인다. 저녁을 알리는 뻐꾸기소리가 멀리 두언동 골짝에서 아련히 들려온다. "아지매에 얼릉 말씸을 허시바요 예에?" 어린아이가 보채듯 어린양을 부린다. "그러고 봉게 맹자가 딱 지에미를 닮었고나아 알었어 이 사람아. 그게 저그 뚝 쌓고 저수지 막는 사업이 480이 아니라 머여 미국서 그 사람덜이 밀가루를 줄 때 자기네가 만들어논 법인디 그것이 머 변호사덜 같이 민법 맻조 맻항 이라고 험서 그렁거 있잖이여 그렁건디 우리나라 사람덜이 기냥 그렇게 불른디야 원래 는 머 미국 잉여 농산물법 480조다 그 말이디야 알었어? " "아이고 에루워라 글먼 미국 머라고 헌 것은 머대요?" "미국 머라고 허다니? 으으 잉여라는 것은 남는 것을 말허잖이여 긍게 자게네 남은 밀가루 우리나라 사람덜헌티 원조 히준다 그 말여" 거둔댁은 박서방네가 돌아가는 것을 대문까지 나가 바래다 주고 저쪽 시끄럽게 윗새터 쪽으로 올라가는 사람들을 바라본다. 해종일 괭이질 삽질하던 사람들이라 다 지쳐보이고 또 지치는 몸을 가누기 위해 막걸리를 마셔대는 그들을 바라보며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고 언제까지 계화도가 논이 다 될 때까지 기다리고 있을지 걱정이었다. "참 못된 것들" "왜그리요? 누가 머 또 잘못힜대요?" "아, 오늘 어디조께 갔더니 누가 글잖여 나보고 우리덜이나 벌어먹게 나두지 어른까지 밀가루 타 먹을라고 허냐고" "예에? 당신이 언지 방천헌디 일 가싰간이요?" "아, 긍게 역정을 내지. 누가 봉게 내 도장을 떡허니 찍어갖고 밀가루를 타 갔더래잖여. 머 나라고 히서 방천헌디 못갈바도 아니지만 내가 가서 일허고 타 오는 놈허고 즈그덜 멋대로 도장파서 찍어대는거 허고 말이 틀리잖여. 긍 게 사람덜이 먹고 살먼헌 최진필꺼정 나와 갖고 먼일을 허겄냐고 허덜야 고연 놈 같으니" 이때에 사람들이 부족하니 그럴 수밖에 없었는데 일도 못하는 진필이 방천하는데 나가 밀가루를 타 오는 것이 배가 아프다는 뜻일게다. 어려운 사람들은 오히려 못한다는 해서 진필은 그말을 듣는 순간 짚히는 것이 있었던 것이다.그들은 그렇게 해야 더 많은 밀가루를 타 낼 수 있었기 때문이라. 밀가루 방천6 진필이야 집에 있어도 언제 하루 방천하는 곳을 둘러본 바도 없지마는 그는 남의 일로 돌아다니기 바빴으니 누군가가 그져 관리하는자가 그랬으려니 하면 좋을 것을 귀끔맞게 그에게 한마디 했던 모양이라. 전혀 모르고 있던 진필이 발끈 화를 내고 들어오는 것도 그때문이라. 진필은 먹고 살만해서 일을 나가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그들의 소행이 괘씸했기 때문이다. "아이구 그렇게 넘으것 먹어서 잘 살종 알어도 그렇게는 안되는거여" "참 당신은 글먼 아예 거그 일허고 밀가루 조께 타와보쇼 기냥 몰른척 허지 그 맀싸요. 내가 저놈 혼내주야겄다 벼르고 있으먼 넘이 몬자 혼내갖고 나헌티 애 원 헌답디다." "긍게 그놈이 나보고 뀌뜸이라도 허고 그리야지" "당신이 귀뜸허먼 그리라 헐 양반이유?" "거 박서방이요." 눈치를 살피느라 머뭇거리자 진필이 방으로 들어가다가 돌아보며 "예에 요새 댇고 댕김서 술 자싰소?" "아니 왜에? 나 박서방 본지 매칠되야 먼일이여?" "그리요?" "그란히도 조께 오라고 기별헐라고 헌디 아덜이라도 오먼 건너오라고 히여" "맹자 아부지가 요새 운암옥에 잘 가능 갑더만 당신은 언제 가싰소?" "머셔? 거 무신 소리여. 임자 알다시피 내 전주갔다가 사흘만에 왔는디 오늘 임실간다고 안 힜능가?" "당신 따러 갔다고 허능개비요. 긍게 안으서 이상허다고 와서 물어보잖애요." "지랄, 인자 술 집까지 댕기고 싶디야?" "술 집까지요? 언지 딴디도 갔었가니요?" "아니이 아녀 술 집은 요새 가능간만" "술집 아니고 어디 갔었가니요? 왜 나헌티는 숨키시우 맹자 적어매 몰르는 머 시 있능간만? " "멋은 머어 앞으로 조심허라고 헐텅게 걱정말라고 혀" "아니 당신도 이상허요 이?" 거둔댁이 눈을 흘기고 더 이상하다는 얼굴을 하자 "참 별걸 다 알라고 히쌌네. 아 그 방정이 노름히갔고 솔찮히 잃었었디야" "예에? 무신 말씸이요.? 오매에 먼 날벼락이디야?" "몰르는척 히여 난중의 내가 머라고 좀 히야겄고만. " "그러더락 당신은 몰르셨소?" "내가 그놈 뒤에 따러 댕기가니 알어? 다급헝게 와서 말히서 알었지" "시상으나 얼매나 잃었답뎌? 언청 많응게 찾어옹것 아니요?" "그야 글지. 거, 알라고 히쌌지마 야물게 머라고 힜응게" "아, 야물게 머라고 힜으먼 또 운암옥이나 그런디로 댕긴다요?" 거둔댁이 역정를 내며 방으로 따라 들어간다. 아예 조근히 앉아 물을 모양이라. "굼벵이도 둥굴재주가 있다더니만 참" "어여 밥이나 주어 당신이 그런디꺼정 신경씅가?" "아까 와서 푸념을 늘어농게 또 안시럽잖이요. 히 먹고 살라고 헌디 손발이 안 맞으먼 더 심이 들지라우" "모르는척 히여 아메 맹자 오매가 알먼 기절 초풍 헐 것잉게" "긍게 그것이 어느정도다요?" "몰라아. 딱지도 주어버맀디야" "예 ? 게나마 그거 없애머는 어쩔라고요?" "그 상황에 딱지만 준 것이 다행 이지 멀 그려" "글먼 당신은 멋 허싰소? 벨돈이라도 주어갖고 도로 찾어오라고 허지" "그맀으먼 좋게? 차라리 거간꾼헌티 들어갔으먼 웃돈 얹어주먼 돌려주겄지맹. 근디 늦어버맀어 알어봉게 여러놈 손을 거쳐서 전주사람헌티 있어 도청으 댕 긴다냐 어쩐다냐" "아이구 시상으 아, 진작 이실직고허지 어쩌까이" 밀가루 방천7 거둔댁은 탄식을 하고 진필은 담배만 뻐끔거리고 있다. 박서방은 어쩌다 괴임에 넘어가 딱지를 담보로 노름판에 끼고 결국 딱지는 거간꾼 손을 거쳐서 다시는 내 놀치 않을 사람에게 쥐어져 있었다. 해서 진필은 그가 딱지를 갱신할 때 원주인인 박서방의 인감이 필요하므로 절대로 도장을 찍어주지 말라 단단히 일러놓은 후란다. 이때에 딱지 갱신은 해마다 하게 되는데 그것은 어떤 경로든 추적치 아니하고 다만 있어야 했으므로 더러 원매자로 부터 도장을 받아내기 위하여 웃돈을 올려 주는 경우가 있었으니 진필은 박서방이 식구몰래 넘겨버린 딱지를 찾아줄 능력이 없으므로 그런 계산을 하게 된 것이라. 사실 돈이 생겨 다시 되 찾아 오려고 하여도 그것은 어려운 일 이었다. 딱지를 사는 사람들은 계화도 간척사업에 관여한 사람들의 수중에 들어가 있었기 때문에 특히 사채놀이로 딱지를 사 들이는 사람의 손에 넘어가면 웃돈을 붙여주고도 다시 찾아온 다는 것은 언감생심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딱지, 이주 예정 지정서, 처음 분배받았던 사람들은 목구멍을 포도청으로 생각하여 살기 위한 방편으로 딱지를 팔았지만 사 두는 사람들은 투기를 목적으로 남아도는 여유를 훗날의 재산증식을 위하여 사 들였기 때문이라. "큰 아지매 나왔어요." "그려 어여 와라. 그새 핵교 갔다오냐?" 책보를 가느다란 허리에 발깡 묶고 뛰어 들어오던 맹자가 처마밑 그늘에서 놋그릇을 닦고 있으니 거둔댁을 보자 나비가 나풀거리듯 들어와 옆에 앉는다. 그애는 거둔댁을 큰 아지매로 부르는데 제 에미에서 밀명을 받고 들른 거라. 이제 박서방네는 맹자를 시켜 박서방이 방천 일이 끝나고 어디로 가는건지 뒤를 밟을 요량인 모양이라. "큰아지매 누구 제사 돌아온대요? 그릇 닥으싱게로요" "왜 제사 돌아오먼 그릇 닦는다냐?" "잿말서는 그러싰잖이요." "그려 맹자너도 인자 많이컸구나 그렁거랑 짐작 헐종 알고? 느 엄마가 여그서 놀다 오라고 허댜?" "예에, 아버지 언지 끝나서 오시능가 보고요. 큰아지매랑 놀다 오라고 힜어요." "아이구 그려 인자 딸내미꺼정 동원 힜고나" "예? 무슨 뜻이래요. 엄마보고 물어봤더니 가먼 큰아지매가 갈쳐주신다고 허던 디요. 왜 그러는 건디요오 갈쳐주세요. " "이이 그게 말이다. 너 아부지가 너무다 술을 많이 마싱게 그렁갑다. 이? 술취 해서 가다가 넘어질까 싶기도 허고" 밀가루 방천8 "긍게 아니고요. 내 친구네 아버지도 그맀는디요. 가덜네 아버지가 술집에 있는 색시한테 화장품 사라고 돈도 주고요. 옷도 사다주었대요." 명자는 갸름한 얼굴을 요리조리 제껴가면서 거둔댁한테 재미나게 말하는거라. "그려? 누가 그맀다냐?" "웃새터 있어요. 그리갖고 가덜네 엄마가요. 술집 아줌마를 머리끄뎅이를 잡고 흔들어 버맀대요. 술집아줌마 불쌍히요 이 ?" "술집 아줌마가 불쌍허냐? 친구네 엄마는 안 불쌍허고?" 명자는 반짝이는 그 애 특유의 초롱같은 눈망울을 굴리고 긴속눈썹을 착 아래로 깔고 한참을 생각하더니 "친구네 엄마가 불쌍해요. 왜그냐면요. 내 친구네 아버지는 가네 엄마헌티는 한 번도 화장품 안 사다 주싰대요." "그려 맹자야 너그 아버지도 누구헌티 그럴깨미 너 어매가 보락도 허능거여. 그렇다고 히서 아덜은 어른덜 일에 참견허먼 안됭게 가만히 너아버지가 어디로 가싰는지 귀경허는 것 같이만 히여. 따러가먼 안되야 알었지 먼 말인종 알어?" 맹자는 금새 얼굴을 시무룩히 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거둔댁은 맹자가 솔찮이 그런데까지 생각하는가 싶어 대견스럽다. 이 아이 명자는 그 총명함이 얼굴에 베어있어 거둔댁이 늘 이뻐 하던 아이라. "맹자 맻 학년잉가 모르겄다 ?" "5학년이요. 인자 내 명면에는 중학교 갈 때 돼요." "그려 중학교 가야지. 근디 너어매가 중학교 보내 준다냐?" "보내 돌라고 히야지 머" 명자는 샐쭉 해져서 뾰로통 해진다. 명자는 옆에 담아진 기왓장 가루를 손바닥에 퍼서 장난스레 다시 그릇에 담는다. "아서라 이? 너 그거 만지먼 손 다 깍어진다 이?" "저도 닦을라고요. 수세미 쪼꼼만 주세요." "아서어 너는 거그서 학교서 재미난 이얘기나 히봐라" 칠월의 불 볕을 내리던 해는 어느덧 멀리 국사봉 넘어로 기울고 있었다.산그늘이 내리고 거둔댁이 명자를 데리고 이른 저녁을 먹고나서도 방천에서 일하던 사람들은 누구하나 끝났다고 떠들면서 염재로 올라가는 이가 없다. 그네는 이상하다 싶어 고샅을 지나 삼거리에 나가보니 이미 사람들은 해산을 해서 들어가고 없다. 상운리 술집 주변은 벌써 전기불이 켜져 있었다. "맹자 너 저그 질가상으로 천천히 감서나 한 번 보고 오니라." 박서방네 딸년은 폴짝거리며 뛰어간다. 거둔댁이 지켜보니 이집 저집 기웃거리는데 운암옥 앞에서는 망설이는가 싶게 조금 서 있다가 안으로 들어가는게 보인다. 잠시후 명자는 헐레벌떡 달려와서 거둔댁 치마폭을 잡고 앉아버린다. "아이 요년아 옷다 벳기지겄다. 왜그려 어?" 새가슴을 잡고 할딱거리던 명자는 슬그머니 일어나 염재쪽으로 가려는 듯 "야 맹자야 왜 그냥갈래? 아지매보고 이약을 히야지 " "울아버지도 개네 아버지랑 똑같이요. 나 갈래요" 붙잡고 물어볼 수 도 없이 명자는 염재쪽으로 달아나 버리고 거둔댁의 생각에 명자가 즈 아버지가 운암옥에서 분명 누군가와 함께 있다는 것만 짐작을 하며 들어간다. 고샅에 풀이 많아 그걸 매느라고 호미도 없이 뽑고 있느니 어두워지는 고샅으로 진필이 들어오다가 "낮에 멋 힜가니가니 다저녁으 그러고 있어" "인역 기다리고 안 있었소" "허허 인자조께 철이 등갑다." "저녁 안 잡수싯지라우?" "왜 밥도 안줄라고? 인자 밀가루 한푸대라도 벌로 가야겄고만" "아이고 제발그러쇼 이? 참 시방 어디서 오시기라우" "왜 전주서 오지 어디서 와 " "언지 또 전주까지 가싯소? 기수는 요" "거그 안 갔어. 밀가루 땜시 면 서기랑 같이 나갔다 오는길이여" 밀가루 방천 9 "밀가루가 전주 있간이요? 글고 가싯으먼 자고 오시더라도 들렸다가 오시지 " "그럴새가 어딨어? 갈래서 갔가니?" "참, 당신은 어쩌먼 그렇게 아이구 내가 말을 말어야지" "말 허먼 씨잘데기 없는 말일터지 머 밀가루를 팔어서 노임 주잖여? 먼자께 일 은 지가 잘못힛다고 사과 허등만. 아이 그리서 머 잘힛다고 힛지 사정을 들어 봉게 그럴 수 밖에 없겄더라구 " "그건 글고요. 아까 맹자란년이 즈 아버지가 안옹게 저만끔 나가 본다고 허 덩만 운암옥 앞에 가더니 기냥 뛰어와서는 저그 친구네 아버지랑 똑같다고 험 서 가버릿어라우" "친구네 아버지가 누구여?" "아이고 몰라요. 지 친구네 아버지가 술집색시 화장품도 사다주고 그릿다고 험서나 지 친구네 엄마가 술집여자를 머리끄뎅이를 잡고 흔들었다고 허더만" "허어 웃 새터 가 말이고만 어 알었어. 근디 맹자가 운암옥에는 멋허로가?" "아, 적그매가 즈아버지 지달러서 같이 오라고 힛는디 안옹게 인자막시" "참 여자덜은 거 쬐꼬만 아덜까지 그렁걸 보라고 보내야?" "참 당신은 왜 역정은 내시유? 대처 운암옥에서는 술 안마시고 멋허간이 그야 단이다요? 아, 기냥 술만 마시먼 머시 구려? 자게네덜이 잘못헝게 구리지" "누가 구려서 글간디 아 새끼덜을 거그가 어디라고 보내야?" "뒷 토란이 없어야지 모다덜 뒷 토란을 내고 댕깅게 여자덜이 글지라우. 시방 그놈에 술집땜시 못살게 생긴 사람이 어디 한 둘이다요?" "먼 소리여 또?" "아, 여러집이 파탄나게 생깃대라우" 그랬다. 운암옥이나 전주집 임실관 등에는 젊은 색시들이 몇 씩이나 되었더니 남정네들이 먹고 살기 힘들어 갖추지 아니하고 햇볕에 새까맣게 그을려 볼품없는 자기네 식구보다는 이쁜 여자 한 번 더 쳐다보는게 인지 상정이라. 그러하니 이때에 아낙들은 먹을 것 없고 집 없는 설움에 고생되는 판에 남정네 들로부터 푸대접을 받는 경우가 되니 다 그러한 것은 아니지마는 결국에는 술집여자를 꿰차 아이까지 낳는 사람이 생겨나고 첩으로 들앉아 아예 조강지처 밀어내는 경우도 허다하니 거둔댁 처럼 아무리 조신하고 얌전한 아낙이라 해도 박서방네가 애가 타는 꼴을 두고 볼 수 없는 처지라 자꾸만 진필에게서 박서방에 대한 한마디라도 얻어 들을까 하여 진필의 속을 질렀다 껐다 그리하는거라. 거둔댁이 염려하던 박서방네가 기어이 거둔 양반을 찾은 것은 머지않아 그날 밤이라. 저녁을 먹고 나가 박서방이 운암옥에서 만난이가 누구인가 물어보고 들어오던 진필이 막 마루로 올라섰을때라. 인기척에 모기장 바른 방문을 막 열고 나오던 거둔댁이 대문께를 내다보며 그네를 알아본 것이다. "어여와 저녁은 먹고?" 진필은 들어가려다 말고 마루에 앉는다. "예 죄송헌 말씀좀 여줄라고요." "그려? 아까 맹자가 가서 말힛고만" "예에 저 그리서 지가 적아버지헌티 앙앙그릿더니 시방 어르신 핑계를 대는거 여요. 그리서 지가아 기언시 어르신 핑계대지 말고 말허라고 헝게요. 글씨 죽 어도 못허겄담서나 어르신헌티 죄다 말씸 디릿다고 저렇게 억대기를 쓰네요." "허허 그리도 사내라고 한 번 힛응게 되짚어 말은 안허겄다 그 말이고만?" "예에? 무신 말씀이신지 지는 못알어 듣겄습니다요" "자게 입으로다 말허기가 곤란헝게 못허겄다 그말이겄지 안그러요?" 밀가루 방천10 거둔댁이 진필을 돌아보자 진필은 말없이 담배만 피우고 있다. 그러는 진필을 반듯이도 바라볼 수 없는 박서방네는 고개를 수그린채 하회를 기다리는데 "거 머시냐 자네가 참어야지 밸수 있간이? 내말 알어들어? 맹자 어매가 기냥 참어주어야지 이미 어크러진 물 인 것을 쌈을 히 봤던들 서로 속만 상헝게" "예에? 먼 일인종 알고나 참지라우 도대체 무신 꿍꿍이 속인지를 모릉게 더 보 채지요." "임자가 조께 설명을 히주어" 그러고는 진필은 다시 일어나 집을 나가 버린다. "아니 저 양반은? 늦은 저녁으 또 멋허로 나가신디야" "아지매도 아싱게라우? " "그란히도 내 아까 맹자가 그러고 갔다고 그릿더니 거그를 아덜을 멋허로 보냈냐 고 지천을 허시더만 나갔다 외깃어." "아, 맹자가 봉게 거 술집 여자헌티 적아버지가 돈을 막 시어주더라요." "그려 그란히도 나보고 그러고 갔어 가덜네 아버지가 말여 머시냐" "노름이라도 힛대요?" "그려 그릿능개벼 그것도 아조 많이 잃었능개벼" "아이고 시상의 어쩌꺼라우 아이고 인자 양식도 팔어먹어야 헐판에 어쩌까이 하이고" 박서방네는 아이고 대고를 찾으며 땅이 꺼지게 울고 있다. 그네는 거둔댁 앞이라 함부로 할 수도 없는지라 가겠다고 일어나는데 "어쩌겄능가 저 양반이 단단히 야단 혓능갑더만" 박서방네는 눈물을 큰 손으로 훔치며 대문을 나서다가 다시 돌아서서 "글먼 대처 얼매나 된대요" 하고 묻는다. 거둔댁은 마루를 내려가 그네의 손을 잡고는 "그렇다고 어쩌겄능가 대처 엎지러진 물인디 싹 흘러가 버릿어" "아이고 아지매 긍게 그게 얼매나 된대요 예?" "솔찮헝개벼 혼자 힘으로 안되게 생깃응게 그 양반헌티 말을 힛던 모양이여" "글먼 누구같이 딱지도 주었대요?" "글씨 내가 그건 못 물어봤네" "아이고 아이고 내 팔자야 시상에 주인 잘 만나서 힘좀 피고 살으까 헝게 그 인간이 시상의" 박서방네는 아예 대문앞에 퍼벌리고 앉아 넉두리와 함께 울어자친다. 명자가 와서 대문에 서서 바라보고 있었다. "맹자야 어여 느 엄니랑 집이 가거라 어" 명자는 저희 어미를 붙들고 일어내키려 한다. 박서방네는 계속 늘켜우느라 꼼짝을 안하고 "아이 이거바 이런다고 무신 수가 나겄능가 소양없어 어여 애 데리고 집이로 올라가 어" 거둔댁은 제어미를 따라 우는 명자와 울며 불며 밤길을 터덕거리며 가는 박서방네를 오래도록 어둠속을 응시하며 바라보고 서 있었다. "아이고 빌어먹을놈 " 진필이 어둠속에서 들어선다. "어디 갔다와요?" "갔능가?" "울고불고 난리고만요. 명자란년이 와서 같이 올라갔응게 잘가겄지요. 저녁으 밸 일이나 없어야 헐턴디요 이" "먼 일이야 나리라고? 운암옥의 여자헌티 돈을 꾸었던 모양이더만. 그리 봤던들 다 갚지도 못허는 놈에 것을" "돈은 어디서 나서요" "오늘 품삯덜 주었다더만?" "아이고 참 죽게 일 히갔고 노름헌돈 갚을라먼 눈알이 씸벅씸벅 허겄네요." "누가 아니리야. 긍게 정신 너갱이 빠졌지" "아, 생전 그렁것 안 헝갑더만 어찌" "긍게 사는거이 맘대로 안된다는거 아닌가? 안허고 있어도 밸 수 없이 끼게되 는 경우가 있지" "많이 히보신 말씸이네요. 이?" "나사 가덜같이 그러간?" |